
조안호소장의 <수학캠프> 후기
캠프후기를 3달이나 지나서 쓰냐고 하는 분들이 있겠네요.
그날그날 당면한 것들을 하다 보니 저도 이렇게 지났는지 몰랐어요. ㅎ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지만, 힘들었고 다양한 에피소드들 때문에 그때의 일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래 내용은 저 혼자만의 푸념들이나 소회들도 있지만,
데카르트의 회비가 오르는 등의 안 좋은 소식도 들어있습니다.
<제1회 개념술술~~수학캠프>의 행사가 정말 어렵사리 성사되었었습니다.
지난 일이기는 하나 수학캠프의 전후 간에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첫 번째 에피소드는 컨셉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 캠프의 컨셉을 정하는 데부터 난항이었습니다.
수학개념몰입을 하는 빡센 캠프를 하자는 제 캠프프로그램 초안에 가장 먼저 주위 사람들이 반대를 시작하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하루에 11시간 수학공부를 어떻게 하냐?’, ‘수학선생님들의 강의시간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
주휴수당 등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간신히 설득하였습니다.
그런데 컨셉과는 다르게 여전히 여유로운 휴식시간, 레크레이션 시간,
푸짐한 간식시간 등을 넣자는 학생사랑(?)의 아이디어는 계속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해이하게 만드는 작은 시간도 전체 캠프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저는 절대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독재 좀 했습니다. ㅎ
만약 이번에 제가 보통의 수학캠프를 운영했다면,
아마도 제2회 수학캠프는 열리지 못할 것임에 학부모님들도 동의하실 것입니다.
두 번째는 캠프장소의 선정문제였습니다.
서울, 경기권의 캠프장소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비용이 너무 비싸서,
스키캠프정도의 비용으로 치루려는 본 캠프의 취지에 어긋났습니다.
그래서 국립 수련원 등의 장소를 알아보아서 한 곳이 거의 성사가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복병은 비용이 아닌 딴 곳에 있었습니다.
연속으로 하는 9박10일간의 캠프일정은 예외없이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는 근로기준법의
식당직원의 근로시간에 부딪쳐서 결국 좌절되었습니다.
수련원의 식당직원들을 1주일에 하루 쉬게 하고 다른 직원으로 대체하는 것도 안 되었고,
하루 외부음식의 반입도 안된다는 등 완고하였습니다.
이것을 자세히 서술하는 이유는 캠프비용이 비싸니 장소를 비교적 싼 국립시설로 바꾸라는
학부모님들의 의견이 간혹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9박10일을 연속으로 하지 않으면,
30% 정도의 인건비 상승과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40여명의 스텝들의 통제에 돌발 위험성이 증대됩니다.
제 입장에서 3박4일마다 하루나 이틀씩을 쉬라는 것은 캠프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캠프의 홍보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캠프를 못할 뻔 했습니다.
간신히 장소를 <홍익대 세종연수원>으로 정하기까지 무려 3달의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여름부터 준비를 시작한 캠프가 벌써 가을이 되었고 캠프까지 2달 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홍보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는데, 랜딩페이지를 만드는 정상적인 시간이 3주가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급하게 서둘러서 일주일 만에 만든 홍보물의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디자인으로는 캠프를 치룰 수가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또다시 급하게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다시 만든 랜딩페이지가 가까스로 이제 맘에 들어서
수학캠프를 어렵사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디자인이 잘 나오지 못했다면 역시 이번 캠프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2회 조안호수학캠프는 여름 즈음부터 홍보를 길게 하려고 합니다.
네 번째,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들만 어렵지, 수학선생님들이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9박10일간 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수학강사 알바모집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유명대학의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였고,
엄격하게 면접을 진행하여 좋은 선생님들을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유명대,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학부나 대학원생이 주로 뽑혔더군요.
사전교육 등이 이루어질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캠프가 진행되고 보니 3박4일만 하는 학생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9박10일 학생들을 응대하는 선생님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참가한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크루즈선인 줄 알고 왔는데, 알고 보니 원양어선이었다.”라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들 너무너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이 너무너무 고생하셨는데, 약속된 금액에 10만원씩의 추가비용 밖에 드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홍익대 연수원으로 정할 때부터 캠프의 적자가 크다는 것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정산을 해보니 이번 수학캠프를 하면서 거의 6천만원 정도의 적자가 났습니다.
한 마디로 이번 캠프의 적정가격이 71만원이었는데, 48만원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캠프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되려면 수익이 발생해야만 합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건대 내년의 제2회 수학캠프의 비용은 70만원대가 될 것입니다.
최근 캠프에 참가했던 한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아직도 캠프에 참가했던 선생님들끼리 만나고 있고 그때의 경험들이 너무도 좋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는 200만원이 아니라 250만원이면 참가하겠냐고 물으니 제가 통화한 분은 좋다고 하네요. ㅎ
벌써 어려움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섯 번째, 학생들의 공부열기에 제가 오히려 힘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수학캠프가 아니라 ‘수학교도소’라고 하더군요. ㅎ
캠프 개회식부터 공부분위기를 잡기 시작하여 하루 11시간의 수학공부를 강행을 하였습니다.
대신 개념을 직접반복법으로 가르쳐서 모든 학생들이 입으로 나오게 하고,
개념을 도구로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입으로 나오게 하는 개념으로 실제 문제에 적용하고 3박4일 간의 공부를 평가하는
개념 골든 벨을 준비하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11시간을 공부하고 파김치가 되어 숙소에 간 아이들이 또다시 공부하고,
불을 끄니 이제 화장실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한 예가 부지기수였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나 영재고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초등학생들에게서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개념으로 공부하는 아주 빡세고 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겠다는 컨셉이 제대로 먹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다음 수학캠프에도 다시 참여하겠다고 말하지만,
다음 캠프는 또 다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섯 번째, 캠프에 만족한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소문을 낼 줄 알았습니다.
캠프에서의 열기가 뜨거웠기에 이리저리 블로그나 카페 등에 캠프 후기가 올라올 줄 알았는데 너무도 조용했습니다. 많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진행한 것인데, 소문도 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체 수학캠프 후기 이벤트를 진행하였었습니다.
사람들이 소문을 내지 않았던 이유는 알고 보니 수학캠프가 널리 알려지면,
데카르트 등의 조안호수학개념 중등커뮤니티에서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데카르트 지원자가 평상시보다 3~4배가 넘고 후기들을 읽어보고서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곱 번째, 데카르트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 <조안호개념> 선생님들을 좀 더 많이 뽑겠습니다.
제가 의욕만 앞섰지 사업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조안호수학 증등개념 커뮤니티>, 즉 <조안호개념>은 원래 <조안호연산>의 회원에 대한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처음에 수학선생님들의 월급을 주는 정도의 최소의 금액만을 받고,
보다 많은 <조안호연산>의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 돈으로 선생님의 월급을 충당할 수도 없었고, 어마어마한 세금은 사실 고려도 안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안호개념>을 운영하는데 5천만원 정도의 적자가 매년 계속되었습니다.
<조안호개념> 선생님은 저와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 분들로 선발해야 하고,
또 거기에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오랫동안 공부도 해야 하고 게다가 일대일로 가르쳐야 하기에
일반학원과는 구조가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월급이 높지 않으니 선생님의 지원도 많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이탈하는 선생님을 대신할
새로운 선생님의 확보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부득이 4월부터 모든 개념선생님들의 기존급여를 우선 30%를 높였고,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더 올릴 예정입니다.
그래서 개념선생님들의 처우를 개선하여 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에 좋은 선생님의 수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꺼번에는 아니더라도 부득이 점차 회비를 올릴 예정입니다.
그래서 5월부터 기존에 3개월에 67만원이던 데카르트반의 회비를 78만원으로 올립니다.
여덟 번째, 여름방학에 중학함수캠프를 운영하려고 고려했던 것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직접 캠프를 운영해보니 에너지의 소비가 극심해서 다른 것들을 거의 못할 정도입니다.
만약 여름에 캠프까지 운영하면 제가 기획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조안호의 초등개념수학 inevitable series>를 준비 중입니다.
초등수학의 개념과 문제들을 단계별로 제시하는 시리즈로,
지금의 생각으로는 <조안호연산>회원에게만 공급할까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조안호수학연구소가 발전하도록 도와주세요.
<조안호연산>과 <조안호개념>의 회원들 대부분의 수학실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들이 쉬쉬하고 소문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내 아이의 경쟁자들을 키우지 않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수학캠프 참가학생들의 놀라운 경험과 결과를 알리지 않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도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30여년 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서, 이제 비로소 “수학교육의 정의”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전파해야 이 땅의 수포자들을 줄이고 아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됩니다.
제 나이도 이제 환갑을 바라보게 되니 다소 조급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조안호수학연구소>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들에 ‘조안호수학 발전점수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근자에 초등수학문제집 <조안호의 초등개념수학 inevitable series>를 쓰느라 계속 서재에 붙잡혀 있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뚜벅뚜벅 올바른 수학교육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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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3일 새벽 서재에서 조안호 씀
조안호소장의 <수학캠프> 후기
캠프후기를 3달이나 지나서 쓰냐고 하는 분들이 있겠네요.
그날그날 당면한 것들을 하다 보니 저도 이렇게 지났는지 몰랐어요. ㅎ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지만, 힘들었고 다양한 에피소드들 때문에 그때의 일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래 내용은 저 혼자만의 푸념들이나 소회들도 있지만,
데카르트의 회비가 오르는 등의 안 좋은 소식도 들어있습니다.
<제1회 개념술술~~수학캠프>의 행사가 정말 어렵사리 성사되었었습니다.
지난 일이기는 하나 수학캠프의 전후 간에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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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에피소드는 컨셉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 캠프의 컨셉을 정하는 데부터 난항이었습니다.
수학개념몰입을 하는 빡센 캠프를 하자는 제 캠프프로그램 초안에 가장 먼저 주위 사람들이 반대를 시작하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하루에 11시간 수학공부를 어떻게 하냐?’, ‘수학선생님들의 강의시간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
주휴수당 등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간신히 설득하였습니다.
그런데 컨셉과는 다르게 여전히 여유로운 휴식시간, 레크레이션 시간,
푸짐한 간식시간 등을 넣자는 학생사랑(?)의 아이디어는 계속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해이하게 만드는 작은 시간도 전체 캠프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저는 절대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독재 좀 했습니다. ㅎ
만약 이번에 제가 보통의 수학캠프를 운영했다면,
아마도 제2회 수학캠프는 열리지 못할 것임에 학부모님들도 동의하실 것입니다.
두 번째는 캠프장소의 선정문제였습니다.
서울, 경기권의 캠프장소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비용이 너무 비싸서,
스키캠프정도의 비용으로 치루려는 본 캠프의 취지에 어긋났습니다.
그래서 국립 수련원 등의 장소를 알아보아서 한 곳이 거의 성사가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복병은 비용이 아닌 딴 곳에 있었습니다.
연속으로 하는 9박10일간의 캠프일정은 예외없이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는 근로기준법의
식당직원의 근로시간에 부딪쳐서 결국 좌절되었습니다.
수련원의 식당직원들을 1주일에 하루 쉬게 하고 다른 직원으로 대체하는 것도 안 되었고,
하루 외부음식의 반입도 안된다는 등 완고하였습니다.
이것을 자세히 서술하는 이유는 캠프비용이 비싸니 장소를 비교적 싼 국립시설로 바꾸라는
학부모님들의 의견이 간혹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9박10일을 연속으로 하지 않으면,
30% 정도의 인건비 상승과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40여명의 스텝들의 통제에 돌발 위험성이 증대됩니다.
제 입장에서 3박4일마다 하루나 이틀씩을 쉬라는 것은 캠프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캠프의 홍보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캠프를 못할 뻔 했습니다.
간신히 장소를 <홍익대 세종연수원>으로 정하기까지 무려 3달의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여름부터 준비를 시작한 캠프가 벌써 가을이 되었고 캠프까지 2달 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홍보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는데, 랜딩페이지를 만드는 정상적인 시간이 3주가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급하게 서둘러서 일주일 만에 만든 홍보물의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디자인으로는 캠프를 치룰 수가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또다시 급하게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다시 만든 랜딩페이지가 가까스로 이제 맘에 들어서
수학캠프를 어렵사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디자인이 잘 나오지 못했다면 역시 이번 캠프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2회 조안호수학캠프는 여름 즈음부터 홍보를 길게 하려고 합니다.
네 번째,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들만 어렵지, 수학선생님들이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9박10일간 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수학강사 알바모집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유명대학의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였고,
엄격하게 면접을 진행하여 좋은 선생님들을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유명대,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학부나 대학원생이 주로 뽑혔더군요.
사전교육 등이 이루어질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캠프가 진행되고 보니 3박4일만 하는 학생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9박10일 학생들을 응대하는 선생님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참가한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크루즈선인 줄 알고 왔는데, 알고 보니 원양어선이었다.”라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들 너무너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이 너무너무 고생하셨는데, 약속된 금액에 10만원씩의 추가비용 밖에 드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홍익대 연수원으로 정할 때부터 캠프의 적자가 크다는 것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정산을 해보니 이번 수학캠프를 하면서 거의 6천만원 정도의 적자가 났습니다.
한 마디로 이번 캠프의 적정가격이 71만원이었는데, 48만원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캠프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되려면 수익이 발생해야만 합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건대 내년의 제2회 수학캠프의 비용은 70만원대가 될 것입니다.
최근 캠프에 참가했던 한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아직도 캠프에 참가했던 선생님들끼리 만나고 있고 그때의 경험들이 너무도 좋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는 200만원이 아니라 250만원이면 참가하겠냐고 물으니 제가 통화한 분은 좋다고 하네요. ㅎ
벌써 어려움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섯 번째, 학생들의 공부열기에 제가 오히려 힘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수학캠프가 아니라 ‘수학교도소’라고 하더군요. ㅎ
캠프 개회식부터 공부분위기를 잡기 시작하여 하루 11시간의 수학공부를 강행을 하였습니다.
대신 개념을 직접반복법으로 가르쳐서 모든 학생들이 입으로 나오게 하고,
개념을 도구로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입으로 나오게 하는 개념으로 실제 문제에 적용하고 3박4일 간의 공부를 평가하는
개념 골든 벨을 준비하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11시간을 공부하고 파김치가 되어 숙소에 간 아이들이 또다시 공부하고,
불을 끄니 이제 화장실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한 예가 부지기수였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나 영재고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초등학생들에게서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개념으로 공부하는 아주 빡세고 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겠다는 컨셉이 제대로 먹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다음 수학캠프에도 다시 참여하겠다고 말하지만,
다음 캠프는 또 다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섯 번째, 캠프에 만족한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소문을 낼 줄 알았습니다.
캠프에서의 열기가 뜨거웠기에 이리저리 블로그나 카페 등에 캠프 후기가 올라올 줄 알았는데 너무도 조용했습니다. 많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진행한 것인데, 소문도 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체 수학캠프 후기 이벤트를 진행하였었습니다.
사람들이 소문을 내지 않았던 이유는 알고 보니 수학캠프가 널리 알려지면,
데카르트 등의 조안호수학개념 중등커뮤니티에서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데카르트 지원자가 평상시보다 3~4배가 넘고 후기들을 읽어보고서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곱 번째, 데카르트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 <조안호개념> 선생님들을 좀 더 많이 뽑겠습니다.
제가 의욕만 앞섰지 사업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조안호수학 증등개념 커뮤니티>, 즉 <조안호개념>은 원래 <조안호연산>의 회원에 대한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처음에 수학선생님들의 월급을 주는 정도의 최소의 금액만을 받고,
보다 많은 <조안호연산>의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 돈으로 선생님의 월급을 충당할 수도 없었고, 어마어마한 세금은 사실 고려도 안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안호개념>을 운영하는데 5천만원 정도의 적자가 매년 계속되었습니다.
<조안호개념> 선생님은 저와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 분들로 선발해야 하고,
또 거기에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오랫동안 공부도 해야 하고 게다가 일대일로 가르쳐야 하기에
일반학원과는 구조가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월급이 높지 않으니 선생님의 지원도 많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이탈하는 선생님을 대신할
새로운 선생님의 확보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부득이 4월부터 모든 개념선생님들의 기존급여를 우선 30%를 높였고,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더 올릴 예정입니다.
그래서 개념선생님들의 처우를 개선하여 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에 좋은 선생님의 수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꺼번에는 아니더라도 부득이 점차 회비를 올릴 예정입니다.
그래서 5월부터 기존에 3개월에 67만원이던 데카르트반의 회비를 78만원으로 올립니다.
여덟 번째, 여름방학에 중학함수캠프를 운영하려고 고려했던 것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직접 캠프를 운영해보니 에너지의 소비가 극심해서 다른 것들을 거의 못할 정도입니다.
만약 여름에 캠프까지 운영하면 제가 기획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조안호의 초등개념수학 inevitable series>를 준비 중입니다.
초등수학의 개념과 문제들을 단계별로 제시하는 시리즈로,
지금의 생각으로는 <조안호연산>회원에게만 공급할까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조안호수학연구소가 발전하도록 도와주세요.
<조안호연산>과 <조안호개념>의 회원들 대부분의 수학실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들이 쉬쉬하고 소문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내 아이의 경쟁자들을 키우지 않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수학캠프 참가학생들의 놀라운 경험과 결과를 알리지 않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도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30여년 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서, 이제 비로소 “수학교육의 정의”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전파해야 이 땅의 수포자들을 줄이고 아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됩니다.
제 나이도 이제 환갑을 바라보게 되니 다소 조급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조안호수학연구소>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들에 ‘조안호수학 발전점수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근자에 초등수학문제집 <조안호의 초등개념수학 inevitable series>를 쓰느라 계속 서재에 붙잡혀 있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뚜벅뚜벅 올바른 수학교육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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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3일 새벽 서재에서 조안호 씀